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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되는 책읽기

자기앞의 생

​자기앞의 생


프랑스엔 참으로 여러 사람들이 사는 것 같다. 흑인, 아랍인, 유대인, 세네갈인 등등 예전에 쓰여진 책 같은데 그때부터 프랑스는 다인종이었나 보다. 여기 책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가진것없고 가질수 있는 것 없는 제도권에서 소외되고 절박한 사람들 말이다. 그 사람에게도 시간은 주어진다. 저자는 책에서 생이 주어지지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슬픈일이다.

주인공 모모가 그러하다.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엄마, 아빠도 곁에 없고 나이든 유대인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다. 모모는 모하메드의 별칭이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묘사되고 있다. 너덧살. 어리지만 결핍을 너무 빨리 알아채고 철이 들어버렸다. 자기에겐 엄마, 아빠가 없는 걸 알고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부모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한다. 그런 아이들의 특징은 유별난 행동을 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도 금새 시들해버린다. 별난 행동을 한다해도 부모가 찾으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갈곳없는 아이들을 맡아보는 로자아줌마와 일충의 아랍인하밀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세상에 눈을 뜬다.

중간중간 작가의 내면을 엿볼수 있는 구절이 많이 있다.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오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새 흘러갔다. 사람들은 지나가버린 시간을 후회하며 잡으려하고 늦춰보려 하기도 소용이 없다. 이 책에선 로자할머니에게서 그걸 엿볼수 있다. 한때는 잘나가는 몸파는 아가씨로 인기절정이었으나 나이들고 늙자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가끔 옛날을 그리워하고 또는 힘들었던 시절을 겁내하지만 소용없다. 다 지나간 일일 뿐이다. 그리고 그녀 주위엔 철모르는 어린 것들이 있다.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건 그나마 나이많은 모모다. 그러면서 둘 사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끈끈한 무언가가 흐른다. 부모를 그리워하는 모모와 그를 예뻐하는 로자다. 

​우린 개만도 못한걸까. 허용되지 않은걸까.  참 색다른 관점이다. 요즘은 정말 그런것도 같다. 개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참으로 많이도 생겨난다. 하지만 한켠에선 휴가를 가기위해 개를 묶어두거나 버려두는 좀 그렇다. 책임지지 못할 거면 키우지 말지. 자기자신이나 챙기면 족할 것을..

행복은 그리 힘든것일까. 모모에게는 그럴 수있다. 주변에 다 자기가 돌봐야 할 것들이다. 열살. 그리 큰 나이도 아닌데 때아닌 가장노릇이다. 하지만 모모는 갈구한다.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자신만을 위한 행복의 시간. 끊임없이 꿈꾼다. 어딘가있을 자신의 가족. 아직은 어른이 아닌탓에 그럴수있는거다. 


이 책에서 나름 작은 반전도 있고 하다. 중간쯤 지루해질만 할때 새사건이 나온다. 하지만 중간쯤부터 마지막이 예고되어 있다. 이별이 있고 나서 새로운 사건이 시작된다. 내가 이 책에서 본 것은 모모와 로자의 관계다. 부모 자식에 버금가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지만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둘은 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말이다.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눈물이 흘렀다. 왜일까. 척박한 상황이라 더 애틋한걸까. 모르겠다. 전혀 다른 상황인데 생이라 부른다. 과연 나는 나의 생에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얼마나 최선을 다할까. 나의 앞에 놓인 나머지 생은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과 나를 돌아보게하는 책이다. 그래서 그렇게 오랬동안 읽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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